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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혼을 응원합니다'를 읽고 1


형사 변호사는 나쁜 사람들의 좋은 면을 보고, 이혼 변호사는 좋은 사람들의 가장 추악한 면을 본다.” 한 남녀의 이혼 과정을 그린 영화 <결혼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사입니다. 영화는 이혼 변호사의 역할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유능한 이혼 변호사 노라는 법정에서 남자가 과거에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파고들고, 상대편인 제이는 여자의 술버릇을 알코올 중독으로 부풀리는 동시에 여자가 남자의 이메일을 해킹한 것은 형사고소감이라고 몰아세웁니다. 그러나 법정 밖에서 남자와 여자는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아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이 극명한 온도차에 관객은 믿게 됩니다. 이혼 변호사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그저 자기 스스로의 배를 불리기 위해 일하는 존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변호사를 변호하자면, 이혼 또한 결혼의 한 과정이며 변호사는 한 사람 편에서 그 과정을 동행하는 사람입니다. 당사자는 낮에는 법정에서 싸우다 밤에는 함께 아들의 숙제를 봐줘야 하는상황 속에서 혼란스럽지만, 변호사는 오로지 한 사람의 입장에서 사태를 관망해야 합니다. 당사자들에게 이혼은 두 사람의 결혼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지만, 변호사에게 이혼은 한 사람이 독립하여 꾸려갈 새로운 장을 예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같을 수 없고, 같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이렇듯 법정에서 싸우는 이혼변호사는 전투적이어야 하지만, 법정 밖에서 의뢰인을 대하는 이혼변호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까에 대해서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생각이 갈립니다. 어떤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있는 대로 다 듣고 공감해주어야 한다고 하고, 어떤 변호사는 의뢰인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계도해주는 것도 변호사가 할 일이라고 합니다. 이 책 <당신의 이혼을 응원합니다>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합니다. 결혼도 해 보고 이혼도 해본 인생 선배로서 저자는 사람의 욕망을 인수분해한 현실을 제시하고, 그 현실에서 남은 긴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 의뢰인이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할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결혼을 일생일대의 숭고한 약속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기를 듭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결혼과 이혼은 작은 이벤트에 불과하며, 심지어 결혼계약을 종신이나 무기한으로 법으로 정한 제도가 위헌이므로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으로 심판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일견 급진적인 주장이지만, 저는 두 가지 면에서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나는 결혼과 이혼이 삶 그 자체가 아니며, 결혼이나 이혼을 하더라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생각입니다. 한때 치열하게 싸웠던 전 부인을 더 업그레이드된 인생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준 인수인계자라고 표현한 대목은,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자의 이런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즉 인생이란 행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돌보고 개척해나가는 과정이고,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그 수단이므로 즐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무심하다면 그 관계는 건강할 수 없고, 스스로 즐겁지 않다면 서로를 위해 헤어지는 것이 맞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결혼의 대안에 대한 고민입니다. 저자는 혈연이나 혼인관계는 아니더라도 재산분할이나 상속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제생활공동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노후에 혼자 남기가 두려워 30대부터 원하지 않는 결혼에 헌신하는 것은 맞지 않은데, 나이가 들어 결혼을 새로 하자니 상속분쟁을 염려해 결혼을 기피하게 되어 다른 형태의 가족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서는 그 해소 시에는 법률혼의 재산분할청구권이 유추적용되나, 사망시의 상속권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 현재 판례 입장입니다. 이처럼 우리 제도는 아직 대안적 가족 형태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지만, 그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와 같은 고민을 이어가 가사소송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혼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한두 번 참여해 보니, 이혼 상담에 오는 사람들도 각양각색인 것 같습니다. 이혼할 결심을 굳히고 와서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방법을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변호사가 이혼하라 혹은 하지 마라를 정해주기를 바라면서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자라면 그 절차를 잘 도와주면 될 일이겠지만, 후자는 애매합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말은 부부는 싸움을 하여도 화합하기 쉬움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칼로 무 자르듯 답이 떨어지는 문제가 아님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전형적인 유책행위가 개재되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어렵습니다. 변호사는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쌓인 감정의 먼지를 성격 차이라는 투박한 법적 용어로 포섭하여야 할 겁니다.

 

이 책을 다 읽고 그렇다면 나는 이혼사건을 담당했을 때 어떤 자세로 의뢰인을 대하여야 하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이혼을 고민하는 단계에서는 이혼을 종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혼하게 될 경우 고려할 사항에 대해서 조언은 할 수 있지만, 이혼을 고민하기까지 그간의 사정이나 당사자의 능력 또는 됨됨이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의뢰인이 이혼할 마음을 먹었다면, 그때는 동행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의뢰인을 혼내지 않고 싶습니다. 모든 말을 다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이혼사건은 정말로 상담의 역할이 있음을 느낍니다. 그 과정이 있어야 그래서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는 이성적인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이 책은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결혼하려는 사람에게도 조언을 주는 책입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삶에 대해 의심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만, 현실의 고달픔은 매일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계에는 대가가 있다는 저자의 말이 떠올라 박히는 순간이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또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그것만은 의심하지 말고, 관계 안에서 열심히 행복을 찾으며 살 것을 다짐해봅니다. 책을 읽고 정리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서평은 독자님이 익명으로 게시를 요청하셔서 작성하신 분의 이름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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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 6번출구 도보 2분)

등록자

관리자

등록일
2020-09-08 15:01
조회
19